무시동히터 자작기

전기차가 아닌 이상 동계 차박시 난방을 위해 차의 시동을 무한정 켜둘 수는 없어 무시동히터라는 것이 사용됩니다. 주로 장거리 화물차 운전자가 겨울철 차량내 숙박과 난방을 위해 사용하던 것을 캠핑에도 활용하게 된 것이지요. 차박을 시작하며 무시동히터는 디바스토 라는 제품(버전 3.0)을 창문형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 제품에 브라켓만 장착하면 상하좌우 랜드로버 디펜더 110 창문에 완벽하게 들어맞아 별도로 빈 틈…

또 그 봄이다.

또 그 봄이 왔다. 내 몸은 세상의 고락에 지쳐 늘어져 있지만 내 감각은 예민하고 날카롭다. 이 계절에는 스치는 작은 바람이라도 내게는 큰 혁명으로 다가와 대화를 청하곤 한다. 어김없이 꽃가루 알러지가 시작된 것… 심정적으로야 대지의 생명력과는 반가운 조우이련만 유전적으로는 무슨 태고의 갈등이 있었기에 이토록 힘겨운 공존을 이어가는가? 크리넥스 몇 박스와 알러지약 몇 알로 이 계절을 버티는…

추석연휴 강화도 장화리 카페와 일몰

추석명절 강화도 양사면 형님네 다녀온 후 귀경길에 교통 혼잡시간대를 피하기 위해 들렀던 작은 카페입니다.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다양한 소품들이 조화롭게 놓여져 있고 무엇보다도 한적하여 네 가족이 오손도손 대화하기에 좋은 곳이었습니다. 일몰 시간이 가까워 근처의 장화리로 향합니다. 장화리는 긴 산책로가 바다와 마주하고 있어 일몰을 구경하기에 안성맞춤이며 사진가에게는 일몰성지와 같은 곳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산책로 데크에 기대어 수평선…

떡국이

집에 고양이 한마리 같이 생활하기 시작했습니다. 큰 딸아이가 데리고 온 것인데, 이름은 둘째가 오래 살라는 의미로 ‘떡국’으로 지었습니다. 중성화된 삼색 암컷 길고양이인데 마치 사람 손을 많이 탄 녀석처럼 경계심도 없고 붙임성도 있고 얌전하고 말썽도 없어서 짧은 기간에 구성원으로 동화되어 가는 중인데 최근들어 갑작스레 발정이 왔네요. 중성화 표식도 되어 있는데 의아하여 검진을 해보니 어떤 양심없는 수의사가…

산 길

산 속으로 이어진 길에 나를 맡기면 나란 존재는 길 어귀에 남겨지고 나 아닌 누군가가 마냥 이 길을 걷는 듯 합니다.   청량한 바람이 얼굴에 스치우고 감미로운 데시벨의 소음과 하늘거리는 나뭇잎의 손짓 사이 따사로운 햇살은 등 뒤로 쏟아지고…   희게 비워진 영혼, 나는 누군가가 되어 이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대 생각에 가을은 깊어갑니다.

그대 생각에가을은 깊어갑니다. 단풍   가을에는 핏빛 열망으로 타올라 영원히 식지 않을 심장으로 살려 하나   서쪽 들녘 옅은 해 황급히 넘어가고, 창호지 틈새 연신 한숨같은 바람 스미고, 새벽 어스름한 대지 하얀 서리 무심히 내릴 즈음,   마른 몸 부서져 사방에 흩어지고 타들어간 심장 재 되어 허공에 날리우면 소생의 봄 고대하며 가을의 그댈 떠올리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