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 봄이다.
또 그 봄이 왔다. 내 몸은 세상의 고락에 지쳐 늘어져 있지만 내 감각은 예민하고 날카롭다. 이 계절에는 스치는 작은 바람이라도 내게는 큰 혁명으로 다가온다. 어김없이 꽃가루 알러지가 시작된 것… 심정적으로야 대지의 생명력과는 반가운 조우이련만 유전적으로는 무슨 태고의 갈등이 있었기에 이토록 힘겨운 공존을 이어가는가? 크리넥스 몇 박스와 알러지약 몇 알로 이 계절을 버티는 중이다. 그래도 꽃은…
추석명절 강화도 양사면 형님네 다녀온 후 귀경길에 교통 혼잡시간대를 피하기 위해 들렀던 작은 카페입니다.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다양한 소품들이 조화롭게 놓여져 있고 무엇보다도 한적하여 네 가족이 오손도손 대화하기에 좋은 곳이었습니다. 일몰 시간이 가까워 근처의 장화리로 향합니다. 장화리는 긴 산책로가 바다와 마주하고 있어 일몰을 구경하기에 안성맞춤이며 사진가에게는 일몰성지와 같은 곳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산책로 데크에 기대어 수평선…
집에 고양이 한마리 같이 생활하기 시작했습니다. 큰 딸아이가 데리고 온 것인데, 이름은 둘째가 오래 살라는 의미로 ‘떡국’으로 지었습니다. 중성화된 삼색 암컷 길고양이인데 마치 사람 손을 많이 탄 녀석처럼 경계심도 없고 붙임성도 있고 얌전하고 말썽도 없어서 짧은 기간에 구성원으로 동화되어 가는 중인데 최근들어 갑작스레 발정이 왔네요. 중성화 표식도 되어 있는데 의아하여 검진을 해보니 어떤 양심없는 수의사가…
산 속으로 이어진 길에 나를 맡기면 나란 존재는 길 어귀에 남겨지고 나 아닌 누군가가 마냥 이 길을 걷는 듯 합니다. 청량한 바람이 얼굴에 스치우고 감미로운 데시벨의 소음과 하늘거리는 나뭇잎의 손짓 사이 따사로운 햇살은 등 뒤로 쏟아지고… 희게 비워진 영혼, 나는 누군가가 되어 이 길을 걷고 있습니다.
붉게 타오르더니 이내 먹물같은 어둠이 내려 앉고 사람의 마을 경계에 서있는 불빛들과 하늘의 별 너댓 개가 반짝일 뿐이다. 해가 수평선 너머로 자취를 감추면 구경 왔던 사람들은 서둘러 자리를 뜨지만 정작 멋진 광경은 맨 아래 사진과 같이 해가 완전히 사라지고 난 다음입니다. 숙연히 검붉은 피를 흘리며 종말을 고하기라도 하듯 진하디 진한 선홍빛으로 하늘을 물들이며 화려하게…
그대 생각에가을은 깊어갑니다. 단풍 가을에는 핏빛 열망으로 타올라 영원히 식지 않을 심장으로 살려 하나 서쪽 들녘 옅은 해 황급히 넘어가고, 창호지 틈새 연신 한숨같은 바람 스미고, 새벽 어스름한 대지 하얀 서리 가만히 내릴 즈음, 마른 몸 부서져 사방에 흩어지고 타들어간 심장 재 되어 허공에 날리우면 소생의 봄 고대하며 가을의 그댈 떠올리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