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 봄이다.
또 그 봄이 왔다. 내 몸은 세상의 고락에 지쳐 늘어져 있지만 내 감각은 예민하고 날카롭다. 이 계절에는 스치는 작은 바람이라도 내게는 큰 혁명으로 다가와 대화를 청하곤 한다. 어김없이 꽃가루 알러지가 시작된 것… 심정적으로야 대지의 생명력과는 반가운 조우이련만 유전적으로는 무슨 태고의 갈등이 있었기에 이토록 힘겨운 공존을 이어가는가? 크리넥스 몇 박스와 알러지약 몇 알로 이 계절을 버티는…
나풀거리는 소녀의 치맛 가 스치는 작은 바람이려니 했다. 오후의 석양처럼 기울어가는 인생 앞에 이 산과 저 들에서 젊은 혈기로 무장한 봄 기운이 준동하고 있다. 머지않아 나는 겨우내 두터워진 감각을 모두 소진한 채 철저하게 굴복당하고 말 것이다.
벚꽃이 피는가 싶더니 바람에 사방에 날리운다. 슬픈 것은 어디 이 꽃 뿐이랴! 봄이 오지만 곧 봄이 가는 것을… 꽃잎이 흩어져 소멸하듯 우리 삶도 천천히 산화해 가는 것 아닌가! 그래서 봄은 기쁜 듯 하며 슬프고 생명력이 충만한 듯 하나 실은 쇠락하여 가는 것이다. 벚꽃 피고 지던 눈부신 그 날…너는 무슨 갈등에 지쳐 간절히 움켜질 만 한 이 세상을 아무 말없이 등졌던가? 내…
봄은 반복되지만 항상 새롭고 진지하기까지 합니다. 산수유가 연한 노란 색 꽃을 피우고, 이어서 목련, 진달래, 개나리가 대지를 덮습니다. 그런데 나이테처럼 어느 곳에 흔적이 남았을까요? 꽃이 피면서 길고 험란했던 겨울을 쉽게도 잊는 것 같습니다.
물댄 동산같이 생명력 왕성한 봄…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얼마나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