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 가는 가을
유난히 여름이 길고 그 만큼 가을은 짧아진 듯 합니다. 여름의 열정은 이제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침범하며 계속 여흥을 재촉하는 듯 합니다. 기후변화는 이제 직접 체감하는 단계에 이른 듯 싶습니다. 우리가 동식물의 멸종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듯 계절의 단축도 비슷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그저 조용한 종족의 사라짐을 넘어 인간사의 세세한 부분까지 재앙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사라지기전…
간간히 내리던 비도 그치고 공기도 청량하여 새벽녁 서둘러 북한산에 오릅니다. 나무 잎과 등산로는 아직 물기를 머금고 있고 습도도 조금 높아 후덥지근 하지만 보상이라도 하듯 간간히 운무가 피워오르더니 비봉에 다다랐을 즈음 절정에 이릅니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봉우리 사이로 운무만이 자유로이 피워오르고 또 바람에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산의 모습에 변화를 줍니다. 늘 같은 듯 하지만 다르고 또…
가끔 높은 곳에 올라 시력이 다다를 수 있는 한계를 살피곤 합니다. 운좋은 날, 먼지없는 청명한 날에는 하늘과 땅의 경계까지 이르는 호사를 누립니다. 우리 눈을 가리우는 것이 어디 매연과 미세먼지 뿐 일까요. 신기루같은 세상의 부귀와 영화를 쫓는 일 대신 가끔 하늘과 바람과 구름과 별을 느껴보는 여유와 행복이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