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미뤄왔던 휴가를 떠납니다. 여름에만 다녀와서 그런지 제주도에 대한 기억은 썩 유쾌하지 않습니다. 덥고, 번잡하고, 비싸고…그러나 코로나 상황이라 제주도는 서울에서 떠날 수 있는 가장 먼 곳이라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여행은 멀리 떠나는 것이다’라는 강박이 생겨 물리적 거리가 여행의 만족도를 좌우하게 되었습니다. 멀리 가야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풍광과 마주하게 되고 그로 인해 둔해진 오감이 자극받는 것이니 나름대로 일리가 있기는 합니다. 12월 14일부터 4박 5일 일정인데, 맑은 날보다는 흐린 날이 많았고 흔한 바람 외에도 비와 싸리 눈이 몰아치며 앞 길을 막기도 하였습니다. 김포공항의 폭설로 김포발 제주 도착 비행 편이 캔슬되고 연달아 제주발 항공편도 캔슬되며 귀경 일정이 급작스럽게 변경되기도 하고 3시간 이상 제주공항에서 노숙도 하고 순탄치만은 않은 여행이였습니다. 여행기간 내내 걷고 오르고 벌판에서 세찬 바람과 마주하고 많은 사진을 만들어낸 여행이었습니다. 1,600여 장의 사진중에 일부는 이곳에 게시되고 나머지 사진들은 하드디스크에 격리되어 오랜시간 동면을 하겠지요.
첫째 날, 공항도착후 렌트카 픽업하고 함덕해수욕장으로 향합니다. 역시 ‘겨울바다’는 호젓해서 좋습니다.
제주도가 좋은 것은 차 몰고 가다 쉽게 그럴듯한 풍경과 마주한다는 점입니다.
붉게 타오르는 노을을 기대하며 김녕해녀마을로 향하지만 오늘의 노을은 아주 평범합니다. 인적드믄 어스름한 어촌을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