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숙소는 제주도 동쪽을 살펴 볼 계획으로 성산근처에 있는 성산우리집펜션으로 정했습니다. 네째 날,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녁 어스름에 광치기해변으로 향합니다. 명색이 성산일출봉인데 일출은 사라지고 여행기간 내내 따라다녔던 먹구름이 새벽부터 동행합니다. 무자비한 바람은 바다위로, 사방으로 내달리며 사물들이 지면에 얼마나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는지 시험해 보는 듯 합니다.
용눈이오름은 때마침 휴식년이라 출입이 금지되어 먼 발치서 구경만 하고 돌아섭니다.
비자림 가는 길에 차를 세우고 마주한 풍경들입니다. 사진 몇 컷을 제외한 대개의 경우는 세찬 바람과 싸리눈이 몰아치며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였지만 인생에 이런 경험이 얼마나 될까 싶어 몸을 내어맡긴 채 제주도의 변화무쌍함에 대면하여 봅니다.
비자림에 들어서면 마치 동남아시아의 한 풍경 같습니다. 빽빽히 들어선 나무들은 늘상 푸른 잎을 유지하고 있어 쌀쌀한 바람과 싸리눈만 없다면 봄 날의 숲으로 착각할 정도입니다.
비자림관리사무소에 문의하니 용눈이오름은 휴식년이지만 다랑쉬오름은 등반이 가능하다하여 급히 향합니다. 역시 시계가 좋지 않고 언제 먹구름과 눈바람이 몰려와 천지사방을 뒤덮을지 모를 일이라 재촉해서 오릅니다.
다랑쉬오름과 인접하여 사유지인 아끈다랑쉬오름이 있습니다. 다랑쉬오름에 비해 높지 않아 다랑쉬오름이 부담된다면 아끈다랑쉬오름이 대한이 될 수 있습니다. 정상부 분화구에는 갈대군락이 있어 둘러보는 것도 운치있고 좋습니다.
갈대숲에 휘몰아치는 아끈다랑쉬오름 정상의 바람을 담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