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무언가 잃은 것을 찾아 헤메이듯 휑한 몰골로 산과 들을 정신없이 싸돌아다닙니다. 단풍시즌이 짧아 찰라의 순간을 잡고자 하는 욕심 때문이고, 한 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아물지 않은 상처 때문이기도 합니다. 단풍이야 그렇다 치지만, 가을이 예전과 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낙엽이 거리를 지금처럼 뒹굴고 스산한 느낌이 드는 이 시기가 어머니 보내드린 그 즈음이기 때문입니다. 손을 뻗으면 다을 듯 기억은 가깝지만 벌써 2년의 세월이 흘렀네요. 적응하지 못한 채 무심한 세월만 그렇게 흐르고 있습니다.
10월 28일(금), 29일(토) 인제 갑둔리와 방태산, 자작나무숲을 돌고 다음 날은 7년만에 탐방로를 재개방한 설악산 흘림골코스를 등반하였습니다.
먼저 ‘비밀의 정원’으로 이름 붙여진 갑둔리입니다. 얼마전 주차장과 데크가 조성되어 더욱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입니다.
가을되면 북새통을 이루는 방태산 폭포인데 단풍이 지면서 인적도 함께 사라진 곳이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오랜시간 살펴보기에는 좋은 환경이 되었네요.
수산리 자작나무 숲입니다. 자작나무숲은 원대리가 유명하고 주차장도 잘 마련되어 있지만 자작나무숲까지 도보 이동거리가 꽤 됩니다. 수산리는 찾아가는 길이 소로길로 어렵고 규모도 크지 않고 원경으로만 볼 수 있지만 다양한 색의 단풍과 자작나무 특유의 밝은 색이 어울어져 나름대로 멋진 풍경을 연출합니다.
타임랩스 동영상을 보게되면 빛과 바람이 나무 사이를 쉴 새없이 오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람이 지나는 순간에는 바람에 몸을 잠시 맡겼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빛이 지날 때면 마치 성탄트리에 장식용 전구가 수시로 점멸하듯 반짝입니다. 천지만물은 작은 순간도 한가로이 있지 아니하고 끊임없이 본연의 역할을 하는 듯 합니다. 나는 오늘 이 먼 곳까지 와서 내 시간을 지불하고 대자연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구한 셈입니다. 이 거래는 밑지거나 실망시키는 경우는 있을 수 없지만 내 욕심이 이를 가끔 부정하곤 합니다. 때로는 경이로움으로, 때로는 겸손함으로 자연 앞에 섭니다. 이 자연을 만끽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에게 주어진 축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타임랩스는 5초 간격으로 331컷을 이어붙인 것으로 27분의 변화상황이 기록된 셈입니다.
설악산 흘림골은 남설악의 대표적인 탐방로이지만 2015년 낙석사고로 한 명이 숨지고 두 명이 부상을 당하며 폐쇄하였다가 안전시설을 보강하여 올 해 9월에 개방한 곳입니다. 흘림골 탐방지원센터에는 주차장이 없어 대개는 오색분소 쪽에 주차를 하고 흘림골로 택시(요금 1.5만원)로 이동하여 등반을 하게 됩니다. 오색분소 쪽 주차는 입산 또는 하산시 식사하는 조건 등으로 식당 주자장에 무료로 주차할 수 있습니다. 등산을 마치고 하산은 오색분소 주차한 곳으로 내려오기에 따로 이동할 필요는 없게 됩니다. 등반코스는 비교적 무난하며 등반시간은 왕복 3~4시간이면 충분할 듯 합니다.
정상의 날씨는 언제나 변덕스럽습니다. 바람은 구름을 몰고 다니며 산을 덮었다가 드러냈다를 반복합니다. 정상에 도착했을 당시의 상황은 늘 제각각이라 안개와 구름만 보고 하산하는 경우도 많게 됩니다.